
지난 17일, 도시공동체연구소가 주최한 제5회 교회와 공동선 컨퍼런스가 ‘영성의 정치, 정치의 영성’이라는 제목으로 연동교회에서 열렸다. 시작에 앞서 도시공동체연구소는 “한국사회가 대통령 탄핵 국면 속에서 심각한 정치적 혼란 속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보여준 극우적 성향에 반성하고 민주주의와 사회 공론장에서 ‘기독교 영성’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리를 만들고자 했다.”며 이번 컨퍼런스의 취지에 대해서 밝혔다.
“참된 영성은 타자의 고통과 나의 고통이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깨닫는 것”
첫 강의자로 나선 김상봉 교수(이하, “김 교수”)는, 예부터 3.1운동과 같은 우리나라 시민운동의 기저에는 서양의 혁명과 달리 타자의 고통에 응답하는 ‘영성’이 있었음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 정치 안에는 당파성과 적에 대한 증오밖에 남지 않았다며, ‘영성의 회복’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성’에 대하여 “영성이란, 오늘날 교회에서 소비하는 방식, 즉, 객관적 진리와 동떨어진 주관적 확신이 아니다. 영성이란 타자의 고통과 나의 고통이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깨닫는, ‘나와 전체가 하나라는 믿음’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다른 한편으로 영성이란 ‘역사의 뜻에 대한 굳건한 믿음’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신이 역사 속으로 진입해 들어온 기독교만이 역사적인 종교이기에, 이 영성에 대한 한 면을 기독교가 보여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그 영성을 상실하고 증오와 심판의 종교로서의 가장 안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교회는 목사가 하나님에게 까불면 죽는다고 말하고, 그런 목사를 다른 유명한 목사들이 두둔한다.”며 한국교회의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특별히 김 교수는 강의를 마무리하며 개신교 목회자들에게 ‘네 가지 정중한 권면’을 남겼다.
- 강대상에서 목사로서 당파적 정치 이야기를 하지 말 것
- 강대상에서 내려와서는 시민으로서 자신의 견해를 표명할 것. 그러나 당파성이 아닌 진리에 입각해 사유하고 발언할 것
- 민주주의 원칙을 신봉하는 시민으로서 자기와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진 동료 시민을 존중할 것
- 자기와 다른 정치적 입장을 가진 사람에게도 내면의 상처와 고통이 있음을 잊지 말 것

“만인의 투쟁이 아닌 만인의 복과 번영을 위한 정치적 영성의 자원 제공”
이후 ‘공공신학의 응답’이라는 제목으로 성석환 교수(이하, “성 교수”)의 강의가 이어졌다. 성 교수는 먼저 “기독교의 정치참여는 필연적이다. 단지 바른 정치참여와 바르지 못한 정치참여가 있을 뿐이다. 오늘날 극우세력의 준동은 이 지점에 대한 명확치 않은 신앙고백 때문에 발생한다.”라며 오늘날 교회의 정치참여의 문제지점에 대한 진단을 내어놓았다.
이어서 성 교수는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과도한 정치주의가 우리를 휩쓸고 있다. 우리 삶의 모든 지평을 ‘정치적인 것’으로 인식하면서 동시에 그것에 대한 신학적 성찰이 동반되는 공동체가 절실하다.”고 말하며 한국 교회에 내재된 과도한 정치주의를 지적하고, 정치적인 것에 대한 신학적 성찰이 결핍되어 있는 현 상황을 이야기 했다.
끝으로 성 교수는 “앞으로 교회는 만인의 투쟁에서 만인의 복과 번영을 위한 정치적 영성의 자원을 제공하고 유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교회가 누군가를 적으로 두고 투쟁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 가치, 즉, 타자를 위한 삶이 얼마나 고귀하고 품위 있는 삶인지에 대한 가치를 생산하고 그 의미를 만들어내는 저장고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교회의 역할을 공공신학적 차원에서 제시했다.

“정의의 원리와 타자에 대한 고통의 원리는 충돌하지 않는다”
마지막 종합토론 순서에서는 질의응답을 통해 보다 더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고 갔다. 이 자리에서 김상봉 교수는 “오늘날 극단적 대립이 증폭될수록 우리가 기억해야할 것은 우리 모두가 상처받은 나약한 인간이라는 점이다. 정치적 입장을 막론하고 누가 어떤 상처로 울고 있는가에 대해서 예민하지 못하다면 진보와 보수는 아무 의미가 없다.”라며 극단적 대립 속에서 타자의 고통에 대한 민감함이 먼저 필요함을 말했다.
이에 패널로 참여한 김상덕 박사는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부분에 공감하면서도, 그것이 한국교회 역사 안에서 정의 없는 평화에 대한 걱정을 낳았다. 그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며 타자의 고통과 정의의 관계에 대해서 질의했다.
질문을 받은 김상봉 교수는 “고통은 개인적인 것이기에 일반화 되거나, 계량화, 수치화 될 수 없다. 공공적인 의미에서 불의한 일을 저지른 사람들에게 동정하라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인 삶 속에서 누군가 잘못을 했다면 책임을 져야한다. 공적인 삶에서 잘못을 저질렀을 때 그것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과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에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 다만, ‘내 주변에서 나와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며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 익숙한 에토스(Ethos)가 되면 아무 열매도 맺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대답했다.
<고백뉴스 보도팀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