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3월 14, 2025

바뀌어 가는 사순절 문화, 하나님 나라를 위한 금식으로

2025년 사순절, ‘창조세계를 위한 절제와 나눔’이 키워드로 떠올라

2025년 사순절이 3월 5일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과 함께 시작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각 교단 및 기독교 단체의 사순절 묵상 모습에서 엿볼 수 있는 한국 교회의 문화적 변동이 눈길을 끌고 있다.

피터 브뢰헬의 ‘사육제와 사순절의 싸움’(출처: 한국저작권위원회)

사순절, ‘금욕’의 기간?

사순절(Lent)은 부활절 이전, 주일을 제외한 40일 동안의 기독교 절기를 의미한다. 본래 기원은 초기교회 당시 부활절에 세례를 받기 위한 신앙훈련 및 준비기간으로, 여러 차례 변동을 거치다가 A.D 325년 니케아 공의회에서 ‘40일’의 기간으로 확정된다. 40일의 기간은 예수님의 40일 금식기도에서 기인한 것으로, 이에 맞추어 사순절은 참회를 위한 ‘금욕과 절제의 기간’으로 교회 안에 자리 잡아 왔다.

기독교의 금욕과 절제의 사순절 나기 전통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그림으로 16세기 브라반트 공국의 화가 피터 브뢰헬(Pieter Brueghel de Oude)이 그린 ‘사육제와 사순절의 싸움’이 꼽힌다. 당시 사순절이 시작되면 신자들은 금육(禁肉)을 했는데, 그 인고의 시간을 맞이하는 방법으로 사순절이 시작되기 전 화요일을 ‘기름진 화요일(Mardi Gras)’로 보냈다. 절제의 시간이 시작되기 전, 신나게 놀고 먹자는 생각에서 그날 하루만큼은 온갖 기름진 종류의 육류를 모두 소비했다. 브뢰헬의 그림에서는 왼편의 사람들이 호탕한 축제의 사육제를, 오른편의 사람들이 금욕과 절제의 사순절을 보내고 있다. ‘절제’를 기준으로 두고 나뉘어지는 두 그룹의 모습 속에서 사순절의 초점이 어디에 맞추어져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 교회의 ‘사순절 묵상’도 이러한 기독교 전통에 따라 ‘금욕과 절제’에 초점을 두고 진행되어왔다. 대부분의 교회들이 ‘금식’을 묵상을 위한 방편으로 사용하며 일정한 주기로 식사를 금하거나, 미디어 금식 등을 통해 사순절을 보내는 풍경은 한국 교회 안에서 하나의 절기 문화로 형성되어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기계적 절제’에 대한 우려와 반감의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사순절 묵상이 그 본연의 의미에 집중하기보다는 ‘무엇을 단절하느냐’에 그치면서 사순절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의 묵상이 아닌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절제와 금욕’ 자체가 사순절의 목적이 되면서 사순절이 ‘기계적 절제’의 기간으로 변질되었다는 것이다.

예장통합 사회봉사부에서 배포한 사순절 탄소금식 실천묵상(출처: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홈페이지)

2025년 사순절 ‘창조세계를 위한 절제와 나눔’이 키워드로

그러한 가운데 근래 몇 해 동안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 교회의 사순절 나기 풍경의 변화가 눈길을 끌고 있다. 특별히 2025년 사순절 묵상 키워드로 ‘창조세계를 위한 절제와 나눔’이 떠오르는 것이 주목된다. 각 교단 및 기독교 단체들은 사순절을 앞두고 묵상자료 및 운동방안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 속에 ‘탄소금식과 실천’이 교집합으로 제시되고 있다.

예장통합 총회 사회봉사부는 지난달 14일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홈페이지에 ‘예수님의 생애와 행적을 따르는 탄소금식 실천묵상’을 발표했다. 묵상집 내용을 살펴보면, 예수님의 행적을 담은 복음서 말씀들과 함께 탄소금식을 위한 질문과 실천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사회농어촌환경부(이하, “감리회”)도 지난달 17일 ‘2025년 사순절 탄소금식 자료’라는 글을 통해 기독교환경단체들의 탄소금식 자료를 배부했다. 감리회는 해당 글에서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제36회 총회를 환경총회로 개최하고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난의 시대를 맞아 특별한 영적실천을 통해 이 위기에 응답하고자 합니다. ‘탄소금식’은 우리가 지구에 끼친 고통을 고백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며, 하나님이 창조하신 창조세계 회복을 위해 거룩한 습관을 살아가는 영적인 실천입니다.”라며 탄소금식과 창조세계의 회복을 위한 실천이 예수님의 고난에 동참하는 일임을 밝혔다.

대한성공회도 ‘녹색 사순절 신앙 실천 운동’으로 사순절 탄소금식 및 생명살림 실천에 앞장 서고 있다. 대한성공회는 “사순절은 단순한 절제가 아니라, 창조질서를 회복하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시간입니다. 녹색 사순절을 통해 창조세계를 보전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거룩한 여정에 함께 합시다.”라며 이번 사순절 운동의 취지를 밝혔다.

이외에도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하나복 DNA네트워크와 한빛누리 등 여러 기독교 단체들이 사순절 탄소금식 실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교회의 문화, 개인 경건을 넘어서 공동선의 참여로

『트렌드 코리아 2025』는 한국 사회 소비 트렌드의 키워드 중 하나로 ‘기후감수성’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사순절 탄소금식 운동을 전개하는 한국 교회의 모습은 공동선의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국 교회의 사순절 나기 문화는 기계적 절제에 그치면서 율법주의적인 신앙이나 폐쇄성 짙은 절기 문화로 변질될 우려를 내포하고 있었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새로운 절기 문화를 재구성해 나가며, 교회의 문화가 개인 경건을 위한 절제에서 그치지 않고 공동선을 위한 생명살림의 실천으로 변화할 것을 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을 통해 앞으로의 교회의 문화가 개인의 경건을 넘어서 공동선의 참여로 계속해서 변모해갈 수 있을지 눈길이 주목된다.

 

<고백뉴스 보도팀 / [email protected]>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