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3월 13, 2025

[기획 오피니언] 한국교회 근본주의와 결별하기3: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근본주의와 극우 개신교를 과감하게 잘라내기

읍참마속(泣斬馬謖)하는 제갈량

읍참마속(泣斬馬謖)

삼국시대, 제갈량의 촉나라는 중원제패를 위해 북벌을 감행했다. 그러나 가정(街亭)전투에서 위나라에게 패배함으로 북벌은 실패로 돌아갔고, 그 책임 소재는 현장 지휘관인 마속에게 있었다. 제갈량은 사사로운 정 때문에 군법의 위엄이 흔들려서는 안된다며 마음을 다잡고는, 자식처럼 아끼던 마속에게 책임을 물며 그를 참수했다. 이것이 ‘울며 마속을 벤다’는 의미의 ‘읍참마속(泣斬馬謖)’이다.

한국사회 혼란의 중심에 서게 된 한국교회

작금의 한국사회는 대통령 탄핵정국과 함께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이념갈등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 있다. 대통령 탄핵여부가 이념갈등의 전쟁터가 되어 양편의 정치집단이 서로를 향한 칼날을 수 개월째 휘두르고 있다. 특히 탄핵정국 이전까지는 공론장 바깥에 머물던 ‘극우 정치세력’이 공론장 안으로 편입되어 들어온 것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이들은 서부지법 난동과 같은 폭력사태까지 일으키며 한국사회를 분열과 해체의 구렁텅이로 빠뜨리고 있다.

그리고 이 ‘극우 정치세력 결집’의 중심에는 전광훈과 손현보라는 개신교 인사들이 있다. 이들은 ‘반공’과 ‘반동성애’ 등의 근본주의 신학의 사회참여 구호를 답습하며, 개신교 성도들을 한편의 극단적 정치주의로 몰아가고 있다. 심지어 이러한 결집은 전광훈 씨를 중심으로 한 ‘광화문파’와 손현보 씨를 중심으로 한 ‘여의도파’로 다시 나뉘며 이른바 ‘파이싸움’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렇듯 극우 개신교에 대한 문제가 범사회적으로 주목받자, 개신교 내부에서도 이들이 개신교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다며 선을 긋는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

107회 총회에서 발표된 ‘전광훈 목사 연구보고서’ 연구 결론(출처: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홈페이지 갈무리)

근본주의 신학을 기반으로 한 극우 개신교의 준동, 정통교회의 책임은?

필자가 여기서 질문하고 싶은 것은 오늘날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정통교단의 책임은 없는가?’라는 점이다. 전광훈 씨의 만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광훈 씨는 2019년부터 집회를 열어오며 매우 폭력적이고 극우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게 해왔다. 특히 “송영선 박사가 나를 성령의 본체라고 한다. 여러분도 그렇게 될지어다!”,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는 등의 충격적인 발언들을 하며 많은 논란을 일으켜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통교단 안에서 “전광훈을 이단으로 규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예장통합 내부에서는 서울노회, 서울동노회, 전북노회, 순천노회, 여수노회, 경북노회 등이 전광훈 씨를 이단으로 규정해달라고 106회 총회에 헌의했다. 이후 예장통합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하, “이대위”)는 곧바로 연구에 들어갔다.

그러나 107회 총회에서 발표된 이대위의 ‘전광훈 목사 연구보고서’는 전광훈 씨에게 이단성이 없다고 결론을 지으며 ‘집회 참여 금지 권면’ 조치를 내리는 것에서 그쳤다. 특히 문제의 발언들을 그저 ‘정제되지 않은 언어적 실수’로 평가했다. 명백한 이단성에도 불구하고 전광훈 씨에 대해 이러한 결론을 내린 이유가 무엇일까?

필자는 이것이 ‘눈치를 살핀 결과’였다고 평가한다. 이대위 연구 당시에도 정통교회 내부에는 전광훈 씨를 지지하는 목회자, 성도들의 무리가 있었다. 그리고 그 수가 결코 적지 않았기에 이대위가 그들을 의식하게 되면서 이단성 조사가 소극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한편으로는 전광훈 씨를 이단으로 규정했을 때 일어날 그들의 반발이 걱정되기도 했을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었든, 작은 불씨가 산을 모두 태우듯이 당시의 결정이 전광훈 씨와 그 추종세력을 ‘정당화’하고 오늘의 사태를 예방하지 못했다. 심지어 이제는,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에 다니는 그의 아들이 재학 중인 학교의 교수들을 비하하고, 교단의 신학을 노골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전광훈 씨를 ‘멘토’로 치켜세우고, 전광훈 씨의 성경해석을 영적인 해석이라고 찬양하고 있다. 또한 성도들을 광화문으로 결집시키는 정치선동을 연일 이어가고 있다.

근본주의와 극우 개신교를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잘라내야 한다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는 ‘단순함’과 ‘현명함’의 연결만이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온갖 개념들의 왜곡과 혼란과 요동 속에서도 오직 하나님의 순수한 진리만을 바라보는 단순함, 그것이 아무런 편견없이 세상의 현실을 바라보게 만든다. 그리고 그렇게 사물의 본질을 꿰뚫으며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자가 바로 현명한 사람이다.

오늘날 교회 안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치 선동을 일삼는 개신교 인사들이 영웅으로 둔갑되어 있다. 이러한 극우 개신교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우리는 단순함과 현명함을 연결하는 본회퍼의 시각을 빌려와야 한다. 극단적 정치주의는 현실을 왜곡하고, 진리를 가리고 있다. 우리는 정치이념과 동일시 된 왜곡된 진리가 아닌, 순수한 하나님의 진리를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객관적인 현실인식 속에서 근본주의 및 극우 개신교와 결별해야 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전광훈 씨를 이단으로 규정해야 한다. 손현보 씨 또한 그의 교단인 예장고신에서 징계 촉구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관련된 논의들이 정통교단들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그들에게 미혹되어 극단적 정치주의로 향하는 영혼들이 눈에 밟히는 것은 필자 또한 신앙인으로서 당연한 마음이다. 그들은 분명 두 개신교 인사들을 수호하기 위해서 부단히 애를 쓸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리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드는 정통교단의 곁눈질을 이제는 멈추어야 한다. 이제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근본주의와 극우 개신교를 잘라내야 한다.

 

<고백뉴스 논설위원단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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